내 돈에 이름표 붙이는 법 — 준비편

이 글을 끝내면, 내가 가진 돈이 전부 얼마이고 그중 어느 돈을 언제 쓸 것인지가 종이 한 장에 정리됩니다. 걸리는 시간은 20분입니다.

돈을 나누는 일은 상품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습니다. 무슨 돈인지 아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성호도 그랬습니다. 좋다는 곳에 전 재산을 몰아넣었다가, 그 하나가 흔들리자 밤에 잠을 못 잤습니다. 나누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슨 돈인지 몰라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이 글은 준비편입니다. 실제로 나누는 일은 다음 글에서 합니다. 여기서는 무엇을 나눌지 정하는 데까지만 갑니다.

나누기 전에 무슨 돈인지부터 적습니다
나누기 전에 무슨 돈인지부터 적습니다

이 글을 끝내면 손에 남는 것

표 하나가 남습니다. 가로줄에는 돈이 있는 곳, 금액, 언제 쓸 돈인지, 그리고 잃어도 되는 돈인지가 적힙니다. 다음 글에서 이 표를 보고 항아리 세 개로 나눕니다.

왜 표까지 만드느냐면, 안전과 수익은 대체로 반대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높은 수익을 좇으면 위험이 커지고, 완전히 안전하게만 두면 돈이 거의 자라지 않습니다. 둘 중 하나만 좇으면 반드시 다른 하나를 잃습니다.

그래서 답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데 있지 않고 나누는 데 있습니다. 다만 그냥 여러 개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나누는 것이라, 목적을 먼저 적어야 합니다. 이 글이 그 작업입니다.

준비물 — 미리 열어 두세요

하나. 돈이 들어 있는 곳을 전부 볼 수 있는 앱들. 은행, 증권사, 연금까지 포함합니다. 한 곳만 보고 끝내면 정작 큰 돈이 있는 자리를 빠뜨리게 됩니다.

둘. 종이 한 장이나 스프레드시트. 다음 글에서 이 표를 다시 열어야 하므로, 지워지지 않는 곳이어야 합니다.

셋. 앞으로 몇 년 안에 쓸 일이 잡혀 있다면 그 시기와 대략의 금액. 이사, 결혼, 학자금, 차량 교체 같은 것들입니다. 기억나는 대로만 적어도 됩니다.

넷. 한 달 생활비가 대략 얼마인지. 비상금을 얼마로 잡을지 정할 때 기준이 되는 숫자입니다. 최근 몇 달의 카드값과 고정지출을 더한 값이면 충분합니다.

고민의 시작은 언제나 이 질문입니다
고민의 시작은 언제나 이 질문입니다

1단계 · 돈이 있는 곳을 전부 적습니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나중에 반드시 되돌아옵니다. 사람들은 보통 주거래 통장만 기억하는데, 정작 위험이 몰려 있는 자리는 잊고 지낸 계좌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부 적어 놓고 봐야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무엇을 — 예금, 적금, 증권 계좌, 연금, 청약, 현금까지 돈이 있는 곳을 전부 한 줄씩 적습니다.

어떻게 — 앱을 하나씩 열어 계좌 이름을 그대로 옮깁니다. 계좌 안에 상품이 여러 개면 계좌 한 줄로 묶어도 됩니다. 이 글에서 보려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돈 덩어리입니다.

됐는지 확인 — 앱을 다 닫고 나서 ‘빠뜨린 게 있나’ 물었을 때 떠오르는 것이 없으면 됩니다.

2단계 · 금액을 붙입니다

금액이 있어야 쏠림이 보입니다. 한 곳에 몇 퍼센트가 들어 있는지는 금액을 다 적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성호가 위험했던 것도 한 곳에 넣어서가 아니라 전부를 한 곳에 넣어서였습니다.

무엇을 — 줄마다 지금 들어 있는 금액을 적습니다.

어떻게 — 만 원 단위로 반올림해도 됩니다. 다 적은 뒤 합계를 내고, 각 줄이 합계의 몇 퍼센트인지도 옆에 적습니다.

됐는지 확인 — 합계가 나오고, 가장 큰 줄이 전체의 몇 퍼센트인지 말할 수 있으면 됩니다. 그 숫자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입니다.

전부가 한 자리에 있으면 한 번의 사고가 전부를 위협합니다
전부가 한 자리에 있으면 한 번의 사고가 전부를 위협합니다
쏠림은 금액을 다 적어 봐야 보입니다
쏠림은 금액을 다 적어 봐야 보입니다

3단계 · 언제 쓸 돈인지 적습니다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항아리를 나누는 기준이 금액이 아니라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천만 원이라도 반년 뒤에 쓸 돈과 이십 년 뒤에 쓸 돈은 완전히 다른 돈입니다. 이 칸이 비어 있으면 다음 글에서 결국 여기로 돌아와야 합니다.

무엇을 — 줄마다 ‘반년 안’, ‘1~5년’, ‘5년 이상’ 중 하나를 적습니다.

어떻게 — 지금 감으로 정하면 됩니다. 다만 반년 안은 넉넉하게 잡으세요. 묶여 있는데 급하게 필요하면 손해를 보고 빼게 됩니다.

됐는지 확인 — 모든 줄에 셋 중 하나가 적혀 있으면 됩니다. ‘모르겠음’은 일단 ‘반년 안’으로 두세요. 안전하게 두는 쪽이 실수해도 덜 아픕니다.

4단계 · 잃으면 안 되는 돈을 표시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이 여기서 나옵니다. 잃으면 안 되는 돈과 굴려도 되는 돈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잃으면 안 되는 돈을 위험한 곳에 걸면 예전의 성호처럼 밤에 잠을 못 잡니다. 반대로 굴려도 되는 돈을 꽁꽁 묶어 두면 불어날 기회를 놓칩니다.

무엇을 — 줄마다 ‘잃으면 안 됨’과 ‘굴려도 됨’ 중 하나를 표시합니다.

어떻게 — 판단 기준은 하나입니다. 이 돈이 절반으로 줄었을 때 생활이 흔들리면 ‘잃으면 안 됨’입니다. 시간이 지나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으면 ‘굴려도 됨’입니다. 대체로 ‘반년 안’은 전자, ‘5년 이상’은 후자가 됩니다.

됐는지 확인 — 표시가 빠진 줄이 없으면 됩니다. 3단계의 기간과 어긋나는 줄이 있다면 그 줄이 다음 글에서 가장 먼저 손볼 자리입니다.

잃으면 안 되는 돈과 굴려도 되는 돈은 다르게 다뤄야 합니다
잃으면 안 되는 돈과 굴려도 되는 돈은 다르게 다뤄야 합니다

5단계 · 비상금 목표를 정합니다

마지막 단계가 비상금인 이유는, 이것이 나머지 전부를 버티게 해 주는 받침이기 때문입니다. 비상금이 없으면 시장이 흔들릴 때 오래 둘 돈까지 손대게 됩니다. 비상금은 항상 가장 먼저 떼어 둡니다.

무엇을 — 비상금으로 얼마를 둘지 금액을 정합니다.

어떻게 — 준비물에서 적어 둔 한 달 생활비에 몇 달치를 곱합니다. 소득이 일정하면 적게, 들쭉날쭉하면 넉넉하게 잡습니다. 지금 그만큼이 없어도 됩니다. 목표만 적어 두세요.

됐는지 확인 — 목표 금액과,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금액이 나란히 적혀 있으면 준비는 끝입니다.

항아리언제 쓸 돈어떻게 다루나
첫째당장 쓸 돈과 비상금절대 잃으면 안 되니 가장 안전한 곳에
둘째몇 년 뒤에 쓸 돈안전과 수익의 중간에서 균형
셋째아주 나중에 쓸, 오래 둘 돈시간이 넉넉하니 좀 더 굴려도 됨

여기서 막힙니다

막힘 1 · 쓸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목돈이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경우입니다. 이런 돈이 몇 년째 통장에 그대로 있으면 물가만큼 값어치가 깎입니다. 그렇다고 급하게 굴릴 것도 아닙니다. ‘1~5년’으로 적고 둘째 항아리 후보로 두세요. 시기가 정해지면 그때 옮기면 됩니다.

막힘 2 · 연금은 어느 칸에 넣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연금은 대개 ‘5년 이상’이고 ‘굴려도 됨’입니다. 다만 은퇴가 가까우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곧 꺼내 쓸 돈은 기간이 짧아진 것이므로, 나이가 아니라 언제부터 꺼내 쓰는가로 판단하세요.

막힘 3 · 빚이 있는데 이것도 적어야 하나요. 이 표는 가진 돈을 나누기 위한 것이라 빚은 여기 넣지 않습니다. 다만 표 아래에 따로 적어 두세요. 다음 글에서 셋째 항아리 크기를 정할 때, 갚아야 할 돈이 있으면 무리하게 키우지 않는 편이 낫기 때문입니다.

완료 체크리스트

단계적을 것다 됐는지
1단계돈이 있는 곳 전부빠뜨린 것이 떠오르지 않음
2단계금액과 비중(%)합계가 나오고 최대 비중을 말할 수 있음
3단계반년 안 / 1~5년 / 5년 이상모든 줄에 적힘
4단계잃으면 안 됨 / 굴려도 됨모든 줄에 표시됨
5단계비상금 목표 금액목표와 현재가 나란히 적힘
표가 생기면 다음 글은 나누는 일만 남습니다
표가 생기면 다음 글은 나누는 일만 남습니다

다음 글로

표가 채워졌다면 준비는 끝났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표를 보고 항아리 세 개로 실제로 나눕니다. 비상금부터 떼고, 그다음에 나머지를 기간에 맞춰 배치합니다.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누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한 바구니에서 벗어나는 순간, 신기하게도 밤잠이 편해집니다.

→ 2편 · 항아리 세 개로 나누는 법 (실행편)

→ 3편 · 제대로 나뉘었는지 점검하는 법 (점검편)

다음 글에서 그 사이를 나눕니다
다음 글에서 그 사이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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